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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그루의 나무-김덕기 수묵채색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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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tudio 작성일16-06-20 00:21 조회1,9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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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그루의 나무
김덕기 수묵채색展
행복의 광맥을 찾아서

'행복을 전달하는 화가.' 나는 이렇게 김덕기씨를 표현하고 싶다. 그를 만나거나 그의 그림을 보면 정말 우리가 원하는 행복을 누리고 있고, 또한 그 기쁨을 전달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행복하길 원하지만 그걸 바깥에서 찾는다. 가령 외모나 출세,환경,신분, 돈에서 찾는다. 인간 속에 자리잡은 엄청난 공허가 그것들을 불러댄다. 그러나 김덕기씨가 찾는 행복은 좀 다르다. 감사와 만족, 평안, 아무리 마셔도 고갈되지 않고 한번 마시면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에서 찾는다.
"작은 집이지만 가꿀 수 있는 꽃과 나무들이 있어 만족하다./ 부유하지 않지만 나를 믿어주는 아내와/ 아빠와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이 있어 감사한다./딱딱하고 차가운 외부의 도전들이 조간신문처럼 찾아오지만/ 꽃피우고 떨어지는 사이에 어떤 것은 사라지고 어떤 것은 훨씬 작아진다./ 오늘도 파란 하늘과 흘러가는 구름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 ● 이 시는 김덕기씨가 지은 것이다. 그의 마음 속을 훤히 들어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따스한 마음을 읽게 되며 따스한 그림에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그림은 불행과 고독을 말해야 하고 까다로와야 한다는 식의 통념은 날라가 버린다. 그의 그림은 행복을 말하며 특별히 그림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감상,이해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가 말하는 내용은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행복한 삶의 정경이며, 이것을 김덕기씨는 은은한 감동으로 실어낸다. ● 그가 선택한 모티브는 가족과 가족의 생활이다. 어찌보면 특별한 게 없는 일상적인 줄거리이다. 아빠 품에 잠자는 아이, 물장구치는 아이, 교회가기, 연못가의 가족, 시소놀이,달콤한 꿈, 공원에서 퍼득이는 비둘기떼, 자동차 타고 나들이 가기, 시골길, 휴일의 즐거움 등이 화창하고 발랄하게 화면을 물들인다. 그의 그림에는 '응달'이 없다. 흡사 눈이 부신 아름다운 아침의 햇살이 영롱하게 빛나는 것만 같다. 만개의 섬광을 가진 햇빛을 받아 수면 위에 움직이는 호수의 수정조각처럼 그의 그림은 빛과 생명으로 충만하다.

김덕기_보름-본향을 생각하는 나그네_한지에 수묵채색_125×172cm_2002

특히 그의 그림을 밝게 해주는 것은 네 살이 된 외아들 '의진이'(의롭고 진실하라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 때문이다. 아빠가 퇴근하면 문 앞으로 대굴대굴 굴러오는 포도알같은 두 개의 눈동자를 지닌 의진이, 그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정감넘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유복한 가정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 그림의 형식적 측면을 말한다면, 그의 그림은 테크닉 위주의 것이 아니다. 말하자면 장기 자랑하듯이 자신의 기량을 과장되게 뽐낸 그림이 아니라 일상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하였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수묵을 주된 표현수단으로 삼았는데 근래 작품들은 고운 색깔이나 혼합재료(목탄,콘테,과슈,금분)의 사용도 마다하지 않는다. 색깔이 미소짓는 듯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은 화사한 물감의 사용, 그리고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한 탓도 배제할 수 없다. ● 그의 그림은 어렵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제작과정을 잠시 들여다보면 이러하다. 먼저 종이에 물을 고르게 먹인 다음 습윤상태에서 큼직한 평붓으로 가로세로로 그어간다. 그러면 먹이 종이 안으로 삼투되어 까칠까칠한 질감을 낸다. 바탕처리를 어느 정도 끝낸 다음에 형체와 색깔을 입힌다. 그러나 형체나 색깔은 짧은 순간에 옮겨지지만 과장되지 않다. 전통한지에 먹과 수묵채색으로 처리된 화면은 친밀감을 느끼게끔 수수하면서도 은은한 맛을 자아낸다.

김덕기_저녁을 준비하는 엄마와 말이 된 아빠_한지에 혼합재료_150×211cm_2001

근래에 작가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경쾌한 바탕에 실린 산뜻한 선묘의 채색화가 그것이다. 선묘라 했지만 그것은 모필의 자연스런 운동감을 살린 것에서부터 가는 선으로 이미지를 재현한 것까지 여럿이다. 화초와 물동이가 있는 그림, 또 수풀을 그린 풍경화가 채색 위주이면서도 운필효과를 잘 살려냈다면, 여자 의상과 남자 의상을 간략한 선으로 표현한 현대적 감각의 그림은 표현의 효율성을 강조한 경우다. ● 충천한 기쁨! 그것의 전달을 위해 기교의 두드러짐을 가급적 줄였다. 이 말은 그가 손끝으로 그리기보다 가슴으로 그리고자 했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행복을 전달할 수 있을까? 가령 어린 아이가 가지고 싶어했던 선물을 받았을 때의 기쁨을 우리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건 우리가 그와 동일한 경험 안으로 들어감으로써 느낄 수 있다. 라일락의 진한 향기를 맡았을 때의 느낌을 형용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그 향기를 직접 맡는 길밖에 다른 방도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림을 통하여 기쁨을 전달하려고 할 때 작가가 누린 즐거움과 동일한 즐거움을 느끼려면, 내가 그림의 주인공이 되어서 그림의 내용에 참여하는 것이 최상책일 것이다.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더 깊은 공감을 누리려면 그림에 참여하는 수밖에 없다. '구경'은 쉽게 기억에서 지워지지만 '참여'한 것은 오랜 동안 기억의 저장고에 남는다.

김덕기_집으로_한지에 혼합재료_150×211cm_2001

풍경과 소리와 냄새와 감촉으로 가득 찬 이 놀라운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려면 내가 서 있는 순간을 아름답게 받아들여 그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만큼 그 효력도 오래갈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아름다움을 슬쩍 스치고 지나친다면 나의 기억의 저장고는 다시 공허의 공간으로 돌아갈 것이다. ● 김덕기씨의 그림중에서 특별히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 <본향을 생각하는 나그네>란 그림이다. 대보름의 달이 지붕 위에 걸려 어슴프레 빛나고 있으며 주위는 정적과 어둠에 휩싸여 언제 올 지 모르는 아침을 기다린다. 이 작품은 그가 고생의 골짜기에 낙오되어 괴로워 할 때 돌아갈 본향을 소망하면서 제작한 것이다. 아무도 의지할 데가 없고 낙심과 고통에 괴로움을 당하였을 때 하나님께서 자신을 인도해주심을 느끼면서 그린 것이다. ● 김덕기씨는 어릴 적에 부모님을 모두 잃었다. 부모님을 잃은 그의 심정이나 고통이 어떠했는지 우리는 실감할 수 없다. 그 슬픔과 고통을 표피적으로 말하는 것이 그에게 오히려 부담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밟아온 삶을 들으면서 깨달은 게 있었다. 슬픔의 깊이가 깊을수록 기쁨의 깊이도 더욱 깊어진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가 얻은 행복은 대단히 값진 것이라는 것을...고통의 터널 끝에서 만난 빛은 그래서 고마운 것이다. 그가 밝히기 어려운 슬픈 인생을 말해준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그래서 받아들이기도 어려웠던 마음의 쓴뿌리를 뽑아내버렸다는 뜻이다. 살을 에이는 듯한 환란의 쓰라림이 눈 녹듯이 녹아버렸다. 그것을 작가는 시로 적었다.

김덕기_바람_한지에 수묵_139.5×39cm×2_1999

 "어느 날 당신은 봄날의 비처럼 내게 찾아와 간지럽게 날 깨웠지/어느 날 당신은 여름의 태양처럼 내게 찾아와 뜨겁게 날 안았어/ 어느 날 당신은 가을의 바람처럼 내게 찾아와 급하게 날 사랑했지/어느 날 당신은 겨울의 눈처럼 내게 날아와 강하게 날 덮어주었어/웃음소리 가득한 생의 한 가운데를 당신과 함께 했지..." ● 나는 김덕기씨가 누리는 행복이 보통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돈으로 사거나 소유하고 싶다고 소유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의 행복은 '흘러가는' 것이다. 그를 찾아주신 하나님이 그에게 행복을 선사한 것처럼 그는 자신의 가족뿐만 아니라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의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그 기쁨을 '흘러가게' 하려는 것이다. ● 내가 앞에서 그를 가리켜 '행복을 전달하는 화가'라고 말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기를 바라지 않는가? 어떤 측면에서는 행복해지기 위해 살지 않는가? 그렇다면 김덕기씨의 작품에 귀기울여보라. 그의 작품 앞에 가만히 머물러 보라. 특별히 작가가 말하는 '행복의 광맥'이 어디에 있는지를 유의해서 관찰하기를 바란다. ■ 서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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