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같은 자연의 색채 / 박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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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tudio 작성일16-09-17 15:52 조회1,47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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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랑말이 보이는 풍경, 2014, Acrylic on Canvas, 53X72.7cm
김덕기 - 축복 같은 자연의 색채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
경기도에 위치한 작가의 작업실 창가로 고요하고 적막한 시골풍경이, 별일 없어 보이는 저 한없이 느린 풍경이 정물처럼 자리하고 있다. 빈들에 하늘과 구름, 공기와 햇살은 아마도 태고적부터의 변화를 반복할 뿐이다. 가끔씩 저 창가로 눈길을 주는 일을 제외하고는 김덕기는 늘 그림을 그린다. 그런 그에게 창문은 구원 같은 장면을 순간적으로 안겨준다. 저 창가로 하루 햇살의 이동이 흐르고 사계절이 지나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하나의 프레임이자 화면인 창가는 그렇게 자연의 변화를 안겨주고 한시도 동일할 수 없는 자연의 초상을 환각처럼 제공했을 것이다. 나는 그의 그림은 무엇보다도 색채라고 생각하는데 그 색의 기원이 저 창에서 연유한 듯하다. 그가 그리는 화면은 벽에 뚫린 창과 동일하다. 물론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작은 집과 화려한 꽃들로 가득한 정원, 행복해 보이는 가족구성원들의 모습은 부재하지만 온갖 색채가 보석처럼, 별처럼 화려하게 반짝이며 명멸하는 자태는 창밖 자연의 모습에서 연원한다. 자연은 그렇게 한시도 고정될 수 없는 색채의 향연이랄까, 끝없이 순환하는 모습들을 제공한다. 김덕기는 그 자연의 어느 한 순간을 고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현기증 나게 변화하는 색채의 미묘한 뉘앙스와 자연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색의 목록을 추적하고 있다.
그가 그리는 풍경은 환상적이고 동화적이지만 실은 자연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득하고 눈과 가슴에 담아둔 이의 마음에서 저절로 빚어 나오는 색의 풍경이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특정한 소재로 구성된 제한된 대상을 그리지만 그것을 빌어 자연의 변화무쌍한 색채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전달하는 꿈같은 이미지를 제공하고자 한다. 그 꿈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리가 통상 꿈꾸는 유토피아적인 장소, 환상적이고 동화적이라고 부르는 특정한 장면을 알리바이로 제공하고 그 위에 사계절의 변화, 시간별로 바뀌는 하루의 변화하는 색채를 눈가루처럼 뿌리고 있다. 이런 그리기방식은 어쩌면 동양화의 미점에 해당하는 기법이다. 수묵으로 이루어진 미점을 쌓아나가는 변관식과 같은 산수화와 유사하게 김덕기는 아크릴 물감덩어리를 원형의 점으로 촘촘히 찍어나간다. 비록 매체는 다르지만 아크릴 물감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미점풍경화라고나 할까? 그가 찍어나가는 점들은 원근을 구분하거나 밝고 어두운 부분의 구별, 그리고 꽃과 과일을 표시하거나 반짝이는 수면의 표면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데 동원된다. 동시에 이 점들은 화면을 전체적으로 평면성을 강조해주면서 사실적인 풍경이면서도 가상적이고 이미지이면서 동시에 물감과 붓질로 구성된 조형체계임을 설득시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미점과도 같은 점들은 그림을 온통 순수한 색채 그 자체로 인식시키는 편이다.
김덕기는 현실풍경에서 그림의 소재를 찾는다. 그것을 사진이나 스케치로 모은 후에 이를 그림으로 재구성한다. 근작 또한 여전히 김덕기 풍의 소재들로 가득하지만 실은 제주도에서 보낸 여행의 경험이 그림을 이룬다. 그는 제주도의 여러 풍경들을 모은 후 자신이 즐겨 그리는 전형적인 소재와 뒤섞었다. 무엇보다도 수평의 넓은 바다와 오름, 돌담에 싸인 지붕 낮은 집들이 있고 마당에는 감귤나무와 다양한 화초들이 무성하다. 검은 돌들을 쌓아 만든 담이 집과 집을 구분하고 뱀처럼 구불거리는 작은 길들을 만들고 올망졸망하게 붙은 아늑한 동네풍경을 완성한다. 그는 제주도의 전형적인 주택과 마당, 그리고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구성해서 그만의 제주도 풍경화를 그렸다. 화면 상단으로 차오르는 바다와 하늘, 그리고 그 아래 자리한 집과 감귤나무, 돌담과 길들이 이루는 전원풍경은 우리에게 익숙한 제주도풍경의 전형성을 환기해준다.
작가는 캔버스 평면위에 몇 개로 분절된 원색의 색 면을 평편하게 칠하고 그 위에 다시 면을 분할해나가면서 색상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그리고자 하는 풍경과 대상은 우선적으로 납작한 색/ 면으로 환원된다. 그런 식으로 나뉜 화면위에 집과 마당, 나무와 꽃, 그 안에서 함께 하는 가족구성원의 모습(아버지와 엄마, 남자와 여자로 구성된 두 명의 아이들 그리고 강아지), 언덕과 바다, 하늘과 구름이 그려진다. 세부묘사는 오로지 작은 붓으로 조밀하게 찍힌 점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슬 같은 작은 점은 색채를 덮어나가면서 묘사의 기능을 하는 동시에 작가가 체득한 자연의 오묘하고 아름다운 색상을 전면화하는 구실을 한다. 그는 원형의 점으로 환원된 색을 모든 대상위에 도포한다. 그 색채는 대상이 지닌 고유한 색이 아니라 햇살과 바람과 공기에 의해 우리의 망막에 제공되는 자연이 빚은 색이다. 자연으로 인해 가능한 색채이고 작가는 그 무한한 색채의 아름다움으로 수놓아진 자연의 한 순간을 점으로 응고시키고자 한다. 그 색상을 색을 지닌 점으로 화면위에 점착시키고자 한다.
김덕기는 제주도의 풍경과 그 안에서의 일상의 행복을 그렸다. 그의 그림 속에는 항상 다정한 부부와 어린 자녀가 함께 사는 정원이 딸린 교외의 작은 집이 등장한다. 그것은 행복한 가정을 최고의 이상향으로 제시하는 오늘날의 ‘세화’, ‘행복기원도’에 해당한다. 그는 그림을 통해 사람이 산다는 것은 가족 안에서 산다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은 ‘인간 삶의 근원적인 구조’라고 말해볼 수 있다. 동시에 가족이란 ‘육체로서 감각되는 일상적 현실’이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늘 가족과 함께 하고 그 가족과 육체적, 심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나의 일상은 가족의 일상이자 그것과 분리되지 못한다. 그는 캔버스에 아크릴로 마치 아이들의 그림처럼 순박하고 밝고 경쾌하게 그림을 그렸다. 평면적인 구도에 원색의 색상들이 춤을 추고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가족의 초상이 그려져 있고 그들이 함께 보낸 시간이 저장되어 있다. 한 장의 스냅사진 같은 가족상이다. 반면 사진이 있는 대상, 사실을 고스란히 기록하고 저장하는 매체라면 그림은 그로부터 출발해 여기에 상상과 꿈, 희망 등을 섞어 넣는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현실적인 풍경이면서 동시에 다소 비현실적이고 상상과 낭만이 뒤섞인 달콤한 풍경이 되었다. 그 풍경은 일상적인 장면인 동시에 그로부터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차원으로 비약한다. 그래서 만화 같고 동화의 삽화 같은 그림이다. 가족들의 거주 공간, 집과 마당, 정원의 잔디와 나무와 꽃, ‘그림’처럼 장식된 집의 안과 밖, 각종 꽃들의 화려한 만개가 달콤하게 그려져 있다. 아름답고 이국적인 집과 정원, 꽃밭과 새들 그리고 그 안에서 아이들은 강아지와 함께 즐겁게 뛰어논다. 핵가족의 초상이 자잘한 일상의 풍경 속에 잘 드러나고 있다. 이렇듯 작가에게 그림이란 단란한 가족의 일상을 기록하는 일이자 그것을 시각적인 장면으로 연출하는 일이다. 작가의 투명하고 성실한 삶이 투영된 이 가족의 초상은 그런 의미에서 ‘마음의 풍경화’일 것이다. 그의 마음의 풍경이 이번에는 제주도의 자연과 만났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채가, 질료성을 지닌 색이 미점으로 박혀서 빛을 발한다. 햇살과 바람, 공기 안에서 사는 인간의 눈과 몸이 읽어낸 풍경이고 대기의 변화다. 그러니 우리가 지금 살아있다는 것이야말로 지극한 축복임을 그의 그림은 새삼 일깨운다.
Dukki Kim – The Blessed Colors of Nature
By Park Young-taik, Kyonggi University Professor & Art Critic
Visible through the window of the artist’s studio located in Gyeoggi-do is a serene, hushed rural scene and an unmistakably idle landscape. The sky and clouds, air and sunlight have consistently changed from time immemorial. Dukki Kim always draws pictures except for the moment he looks over the scenes through the window. The window brings a salvation-like moment to him. The sunlight flows and the four seasons pass by through the window. The window frames a scene that is forever changing, offering portraits of nature like illusions. The colors in his paintings seem to originate from this window. The scenes he portrays are like the window on the wall. A small house, a garden full of showy flowers, and happy family members are visible in his paintings but absent in the window. His carnival of colors, splendidly shining and glimmering like jewels, obviously derive from natural scenes outside the window. As such, nature appears as a constantly variable feast of colors. Kim does not anchor himself in or represent a moment in nature but seeks subtle nuances of the changing colors of nature.
The scenes Kim depicts are fantastic and fairytale-like, but the landscapes of colors stem from the heart of one who has experienced change in nature and encapsulated this in his eyes and mind. Although Kim portrays restricted objects made up of his own specific motifs, he tries to present dreamy images intact, conveying the beauty of ever-changing colors in nature. Kim presents utopian places we usually dream of and specific scenes we often consider fantastic and fairy-tale as a means to make such dreams come true, imparting the colors changing in the four seasons or a day to places and scenes.
This way of painting may be the equivalent of mijeom-jun (a brush technique using horizontal dots in light ink) in Oriental painting. Like Byun Gwan-shik’s landscape painting made up of ink dots, Kim’s painting is depicted with densely rendered acrylic dots. Can his painting be defined as unique mijeom landscape painting in acrylic, despite the different medium? The dots he adopts are used for discerning distance, and bright and dark areas, flowers and fruit, and effectively displaying a glittering surface. These dots are also conducive to stressing a planar characteristic as a whole, and persuade viewers to believe that his scenes are realistic and simultaneously imaginary, and showcase a modeling structure formed with paints and brush strokes. All in all, the dots like mijeom make viewers perceive his painting as pure color itself.
Kim takes the motif of his work in realistic scenes. He collects them in photographs and sketches, and then recomposes them in paintings. His recent pieces are filled with Dukki Kim-esque motifs, but are actually based on his travel experience in Jeju. He blends typical motifs with diverse Jeju scenes he gathered. Shown in these works are a vast horizontal sea, oreum (volcanic cones), low-roofed houses encircled with stone walls, and tangerine trees and various other plants thriving in the yard. The walls made up of black stones distinguish a house from other houses, creates meandering paths like serpentine courses, and completes a snug village scene with a cluster of small houses. Kim portrays his own distinctive Jeju scenes with houses and yards typical to Jeju, and the beautiful scenery surrounding them. The rural landscape composed of the sea and the sky at the top of the scene, houses and tangerine trees below them, stone wall and paths is a reminder of the Jeju scenes familiar to us.
The artist applies a few primary color fields to the canvas, and composes a scene with colors by dividing the fields. The scene or object he intends to depict is reduced to flat color fields. Houses and yards, trees and flowers, family members within them (father and mother, two male, female children, and puppy), hills and sea, sky and clouds are portrayed on a canvas of sectioned color fields. Details are depicted by the dots densely rendered with thin brushes. The dewdrop-like tiny dots are used to portray images, covering the color fields, and simultaneously assume the role of clarifying nature’s subtle, beautiful colors. He applies the colored circular dots to all objects. The colors are not intrinsic to each object generated by nature through sunlight, wind, and air. They exist in nature, and the artist tries to represent the infinite beauty of nature’s hues with dots.
Dukki Kim portrays an idyllic version of Jeju. He always paints a small house with a garden where an intimate husband and wife and their children live together. His paintings are like new-year paintings (sehwa) or paintings praying for happiness. He idealizes family life. In this sense, the family can be said to be the “underlying structure of human life”, and simultaneously is a “quotidian reality sensed through the body”. We are not alone, and always together with our family, and are linked to the family physically and psychologically. Our everyday lives cannot be divorced from those of our family. Kim illustrates moderate, bright, and cheerful paintings in acrylic. Primary colors seem to dance, exuberantly decorated in the two-dimensional composition. He captures pastoral family life in snap shot-like images. While photography is a medium documenting and saving objects and facts as they are, painting derives from objects and facts and lends imagination, dream, and hope to them. His painting is thus realistic and simultaneously unrealistic with a mixture of imagination and romance.
His scenes are normal and traditional and yet simultaneously elevated to a romantic, fantastic dimension. His paintings look like cartoons or illustrations in a children’s book. These bucolic scenes of houses and well-kept yards covered in blooming, exuberant flowers might seem saccharine. Children are cheerfully playing around the flower garden with a puppy. A nuclear family lives in comfort and peace. The artist wants to document the everyday happy and harmonious life of a family and present this to viewers. This is his sincere reflection on life and a “mental landscape painting” encountering this time with Jeju nature. His flamboyant, beautiful colors with materiality radiate light. What he depicts are landscapes and change in the air we capture with our eyes and bodies through sunlight, wind, and air. His painting seeks to remind us that being alive with the ones we love is a blessing.
No.: 20, Read: 47, Vote: 0, 2014/10/22 13:55:53
김덕기 - 축복 같은 자연의 색채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
경기도에 위치한 작가의 작업실 창가로 고요하고 적막한 시골풍경이, 별일 없어 보이는 저 한없이 느린 풍경이 정물처럼 자리하고 있다. 빈들에 하늘과 구름, 공기와 햇살은 아마도 태고적부터의 변화를 반복할 뿐이다. 가끔씩 저 창가로 눈길을 주는 일을 제외하고는 김덕기는 늘 그림을 그린다. 그런 그에게 창문은 구원 같은 장면을 순간적으로 안겨준다. 저 창가로 하루 햇살의 이동이 흐르고 사계절이 지나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하나의 프레임이자 화면인 창가는 그렇게 자연의 변화를 안겨주고 한시도 동일할 수 없는 자연의 초상을 환각처럼 제공했을 것이다. 나는 그의 그림은 무엇보다도 색채라고 생각하는데 그 색의 기원이 저 창에서 연유한 듯하다. 그가 그리는 화면은 벽에 뚫린 창과 동일하다. 물론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작은 집과 화려한 꽃들로 가득한 정원, 행복해 보이는 가족구성원들의 모습은 부재하지만 온갖 색채가 보석처럼, 별처럼 화려하게 반짝이며 명멸하는 자태는 창밖 자연의 모습에서 연원한다. 자연은 그렇게 한시도 고정될 수 없는 색채의 향연이랄까, 끝없이 순환하는 모습들을 제공한다. 김덕기는 그 자연의 어느 한 순간을 고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현기증 나게 변화하는 색채의 미묘한 뉘앙스와 자연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색의 목록을 추적하고 있다.
그가 그리는 풍경은 환상적이고 동화적이지만 실은 자연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득하고 눈과 가슴에 담아둔 이의 마음에서 저절로 빚어 나오는 색의 풍경이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특정한 소재로 구성된 제한된 대상을 그리지만 그것을 빌어 자연의 변화무쌍한 색채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전달하는 꿈같은 이미지를 제공하고자 한다. 그 꿈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리가 통상 꿈꾸는 유토피아적인 장소, 환상적이고 동화적이라고 부르는 특정한 장면을 알리바이로 제공하고 그 위에 사계절의 변화, 시간별로 바뀌는 하루의 변화하는 색채를 눈가루처럼 뿌리고 있다. 이런 그리기방식은 어쩌면 동양화의 미점에 해당하는 기법이다. 수묵으로 이루어진 미점을 쌓아나가는 변관식과 같은 산수화와 유사하게 김덕기는 아크릴 물감덩어리를 원형의 점으로 촘촘히 찍어나간다. 비록 매체는 다르지만 아크릴 물감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미점풍경화라고나 할까? 그가 찍어나가는 점들은 원근을 구분하거나 밝고 어두운 부분의 구별, 그리고 꽃과 과일을 표시하거나 반짝이는 수면의 표면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데 동원된다. 동시에 이 점들은 화면을 전체적으로 평면성을 강조해주면서 사실적인 풍경이면서도 가상적이고 이미지이면서 동시에 물감과 붓질로 구성된 조형체계임을 설득시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미점과도 같은 점들은 그림을 온통 순수한 색채 그 자체로 인식시키는 편이다.
김덕기는 현실풍경에서 그림의 소재를 찾는다. 그것을 사진이나 스케치로 모은 후에 이를 그림으로 재구성한다. 근작 또한 여전히 김덕기 풍의 소재들로 가득하지만 실은 제주도에서 보낸 여행의 경험이 그림을 이룬다. 그는 제주도의 여러 풍경들을 모은 후 자신이 즐겨 그리는 전형적인 소재와 뒤섞었다. 무엇보다도 수평의 넓은 바다와 오름, 돌담에 싸인 지붕 낮은 집들이 있고 마당에는 감귤나무와 다양한 화초들이 무성하다. 검은 돌들을 쌓아 만든 담이 집과 집을 구분하고 뱀처럼 구불거리는 작은 길들을 만들고 올망졸망하게 붙은 아늑한 동네풍경을 완성한다. 그는 제주도의 전형적인 주택과 마당, 그리고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구성해서 그만의 제주도 풍경화를 그렸다. 화면 상단으로 차오르는 바다와 하늘, 그리고 그 아래 자리한 집과 감귤나무, 돌담과 길들이 이루는 전원풍경은 우리에게 익숙한 제주도풍경의 전형성을 환기해준다.
작가는 캔버스 평면위에 몇 개로 분절된 원색의 색 면을 평편하게 칠하고 그 위에 다시 면을 분할해나가면서 색상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그리고자 하는 풍경과 대상은 우선적으로 납작한 색/ 면으로 환원된다. 그런 식으로 나뉜 화면위에 집과 마당, 나무와 꽃, 그 안에서 함께 하는 가족구성원의 모습(아버지와 엄마, 남자와 여자로 구성된 두 명의 아이들 그리고 강아지), 언덕과 바다, 하늘과 구름이 그려진다. 세부묘사는 오로지 작은 붓으로 조밀하게 찍힌 점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슬 같은 작은 점은 색채를 덮어나가면서 묘사의 기능을 하는 동시에 작가가 체득한 자연의 오묘하고 아름다운 색상을 전면화하는 구실을 한다. 그는 원형의 점으로 환원된 색을 모든 대상위에 도포한다. 그 색채는 대상이 지닌 고유한 색이 아니라 햇살과 바람과 공기에 의해 우리의 망막에 제공되는 자연이 빚은 색이다. 자연으로 인해 가능한 색채이고 작가는 그 무한한 색채의 아름다움으로 수놓아진 자연의 한 순간을 점으로 응고시키고자 한다. 그 색상을 색을 지닌 점으로 화면위에 점착시키고자 한다.
김덕기는 제주도의 풍경과 그 안에서의 일상의 행복을 그렸다. 그의 그림 속에는 항상 다정한 부부와 어린 자녀가 함께 사는 정원이 딸린 교외의 작은 집이 등장한다. 그것은 행복한 가정을 최고의 이상향으로 제시하는 오늘날의 ‘세화’, ‘행복기원도’에 해당한다. 그는 그림을 통해 사람이 산다는 것은 가족 안에서 산다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은 ‘인간 삶의 근원적인 구조’라고 말해볼 수 있다. 동시에 가족이란 ‘육체로서 감각되는 일상적 현실’이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늘 가족과 함께 하고 그 가족과 육체적, 심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나의 일상은 가족의 일상이자 그것과 분리되지 못한다. 그는 캔버스에 아크릴로 마치 아이들의 그림처럼 순박하고 밝고 경쾌하게 그림을 그렸다. 평면적인 구도에 원색의 색상들이 춤을 추고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가족의 초상이 그려져 있고 그들이 함께 보낸 시간이 저장되어 있다. 한 장의 스냅사진 같은 가족상이다. 반면 사진이 있는 대상, 사실을 고스란히 기록하고 저장하는 매체라면 그림은 그로부터 출발해 여기에 상상과 꿈, 희망 등을 섞어 넣는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현실적인 풍경이면서 동시에 다소 비현실적이고 상상과 낭만이 뒤섞인 달콤한 풍경이 되었다. 그 풍경은 일상적인 장면인 동시에 그로부터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차원으로 비약한다. 그래서 만화 같고 동화의 삽화 같은 그림이다. 가족들의 거주 공간, 집과 마당, 정원의 잔디와 나무와 꽃, ‘그림’처럼 장식된 집의 안과 밖, 각종 꽃들의 화려한 만개가 달콤하게 그려져 있다. 아름답고 이국적인 집과 정원, 꽃밭과 새들 그리고 그 안에서 아이들은 강아지와 함께 즐겁게 뛰어논다. 핵가족의 초상이 자잘한 일상의 풍경 속에 잘 드러나고 있다. 이렇듯 작가에게 그림이란 단란한 가족의 일상을 기록하는 일이자 그것을 시각적인 장면으로 연출하는 일이다. 작가의 투명하고 성실한 삶이 투영된 이 가족의 초상은 그런 의미에서 ‘마음의 풍경화’일 것이다. 그의 마음의 풍경이 이번에는 제주도의 자연과 만났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채가, 질료성을 지닌 색이 미점으로 박혀서 빛을 발한다. 햇살과 바람, 공기 안에서 사는 인간의 눈과 몸이 읽어낸 풍경이고 대기의 변화다. 그러니 우리가 지금 살아있다는 것이야말로 지극한 축복임을 그의 그림은 새삼 일깨운다.
Dukki Kim – The Blessed Colors of Nature
By Park Young-taik, Kyonggi University Professor & Art Critic
Visible through the window of the artist’s studio located in Gyeoggi-do is a serene, hushed rural scene and an unmistakably idle landscape. The sky and clouds, air and sunlight have consistently changed from time immemorial. Dukki Kim always draws pictures except for the moment he looks over the scenes through the window. The window brings a salvation-like moment to him. The sunlight flows and the four seasons pass by through the window. The window frames a scene that is forever changing, offering portraits of nature like illusions. The colors in his paintings seem to originate from this window. The scenes he portrays are like the window on the wall. A small house, a garden full of showy flowers, and happy family members are visible in his paintings but absent in the window. His carnival of colors, splendidly shining and glimmering like jewels, obviously derive from natural scenes outside the window. As such, nature appears as a constantly variable feast of colors. Kim does not anchor himself in or represent a moment in nature but seeks subtle nuances of the changing colors of nature.
The scenes Kim depicts are fantastic and fairytale-like, but the landscapes of colors stem from the heart of one who has experienced change in nature and encapsulated this in his eyes and mind. Although Kim portrays restricted objects made up of his own specific motifs, he tries to present dreamy images intact, conveying the beauty of ever-changing colors in nature. Kim presents utopian places we usually dream of and specific scenes we often consider fantastic and fairy-tale as a means to make such dreams come true, imparting the colors changing in the four seasons or a day to places and scenes.
This way of painting may be the equivalent of mijeom-jun (a brush technique using horizontal dots in light ink) in Oriental painting. Like Byun Gwan-shik’s landscape painting made up of ink dots, Kim’s painting is depicted with densely rendered acrylic dots. Can his painting be defined as unique mijeom landscape painting in acrylic, despite the different medium? The dots he adopts are used for discerning distance, and bright and dark areas, flowers and fruit, and effectively displaying a glittering surface. These dots are also conducive to stressing a planar characteristic as a whole, and persuade viewers to believe that his scenes are realistic and simultaneously imaginary, and showcase a modeling structure formed with paints and brush strokes. All in all, the dots like mijeom make viewers perceive his painting as pure color itself.
Kim takes the motif of his work in realistic scenes. He collects them in photographs and sketches, and then recomposes them in paintings. His recent pieces are filled with Dukki Kim-esque motifs, but are actually based on his travel experience in Jeju. He blends typical motifs with diverse Jeju scenes he gathered. Shown in these works are a vast horizontal sea, oreum (volcanic cones), low-roofed houses encircled with stone walls, and tangerine trees and various other plants thriving in the yard. The walls made up of black stones distinguish a house from other houses, creates meandering paths like serpentine courses, and completes a snug village scene with a cluster of small houses. Kim portrays his own distinctive Jeju scenes with houses and yards typical to Jeju, and the beautiful scenery surrounding them. The rural landscape composed of the sea and the sky at the top of the scene, houses and tangerine trees below them, stone wall and paths is a reminder of the Jeju scenes familiar to us.
The artist applies a few primary color fields to the canvas, and composes a scene with colors by dividing the fields. The scene or object he intends to depict is reduced to flat color fields. Houses and yards, trees and flowers, family members within them (father and mother, two male, female children, and puppy), hills and sea, sky and clouds are portrayed on a canvas of sectioned color fields. Details are depicted by the dots densely rendered with thin brushes. The dewdrop-like tiny dots are used to portray images, covering the color fields, and simultaneously assume the role of clarifying nature’s subtle, beautiful colors. He applies the colored circular dots to all objects. The colors are not intrinsic to each object generated by nature through sunlight, wind, and air. They exist in nature, and the artist tries to represent the infinite beauty of nature’s hues with dots.
Dukki Kim portrays an idyllic version of Jeju. He always paints a small house with a garden where an intimate husband and wife and their children live together. His paintings are like new-year paintings (sehwa) or paintings praying for happiness. He idealizes family life. In this sense, the family can be said to be the “underlying structure of human life”, and simultaneously is a “quotidian reality sensed through the body”. We are not alone, and always together with our family, and are linked to the family physically and psychologically. Our everyday lives cannot be divorced from those of our family. Kim illustrates moderate, bright, and cheerful paintings in acrylic. Primary colors seem to dance, exuberantly decorated in the two-dimensional composition. He captures pastoral family life in snap shot-like images. While photography is a medium documenting and saving objects and facts as they are, painting derives from objects and facts and lends imagination, dream, and hope to them. His painting is thus realistic and simultaneously unrealistic with a mixture of imagination and romance.
His scenes are normal and traditional and yet simultaneously elevated to a romantic, fantastic dimension. His paintings look like cartoons or illustrations in a children’s book. These bucolic scenes of houses and well-kept yards covered in blooming, exuberant flowers might seem saccharine. Children are cheerfully playing around the flower garden with a puppy. A nuclear family lives in comfort and peace. The artist wants to document the everyday happy and harmonious life of a family and present this to viewers. This is his sincere reflection on life and a “mental landscape painting” encountering this time with Jeju nature. His flamboyant, beautiful colors with materiality radiate light. What he depicts are landscapes and change in the air we capture with our eyes and bodies through sunlight, wind, and air. His painting seeks to remind us that being alive with the ones we love is a blessing.
No.: 20, Read: 47, Vote: 0, 2014/10/22 13: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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